목록생각과 글쓰기 (188)
예슬이랑 예한이랑
며칠 전 은행 지점에서 있었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시가간은 벌건 대 낮이었다. 우리 지점 객장 한 가운데 사람의 응가 한 무더기가 발견된 것이다. 가끔 응가로 화장실 변기 막고 도망가는 사건, 화장실 바닥이나 변기에 똥칠하는 사건, 조금 더 심한 경우라면 은행 객장에 남몰래 흘리고 간 작은 똥방울 들 뒤 처리한 기억은 있지만 객장에서 한 무더기의 사람 똥을 치우게 될 줄은... 이런 날이 놀 줄은 몰랐다. 지금 몸 담고 있는 지점에 온지도 3년이 넘었다. 은행 재직 기간 중 본점에서 상당한 세월을 보낸데 비해 지점 생활은 짧은 시간이지만 이곳에 있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접했고 무엇보다 따뜻하고 무척이나 티 없이 밝은 동료들을 만나 행복했다. 특히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도 적지..
127주기 노동절 '이제 집으로 가자!' 이제 곧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가? 학교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가 말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바라던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면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가게 되는가? 127주기 노동절이다. 막다른 길에 몰린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와 비정..
4.16 이다. 참사 3주기다. 그리고 부활절이다. 어제는 부활절성야미사를 세월호 진실이 부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드리기로 진작부터 마음 먹었다. 사촌동생 아기 돌집을 다녀오는 길에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니 7시가 조금 넘었다. 이미 광화문 북측 광장엔 노란 종이로..
열일곱번째 촛불이다. 불투명해지는 특검연장 불확실한 탄핵,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는 적폐세력 어느것 하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주 16차 촛불 우리 가족은 간만의 가족여행으로 인해 빠졌다. 자칭 촛불가족이지만 몇번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또 하루 빠진것이 뭔지모르게 미안한 마음? 그 마음이 아내와 내게 있다. 그렇게 한주를 쉬고 17차 촛불은 직장 동지들과 함께 했다. 그동안 각자 가족, 지인들과 광장 어느 자리에서 촛불을 들었을 나의 벗들, 이번에는 이 동지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좋은 일에는 마가 끼듯 갑작스런 사정이 발생한 몇몇 후배들, 시험공부해야 하는 수험생들을 빼고 초촐하지만 함께 참여하게되 정말 훈훈하더라. 심각한 시국을 반영한듯 본행사 시간도 다소 길었고 촛불도 올들어 ..
끝내 대중은 옳았다.44년 노동조합 설립이래 처음으로 조합원을 제명하겠다는 안건이 정기대의원대회에 상정된 날, 참석한 대의원들은 이 기막힌 안건을 압도적으로 부결시켰다. 어떤 명분도 찾을 수 없는 무리수였다. 섣불리 조합원 제명을 결행한 그들은 결국 출구를 찾지 못했고 우왕좌왕 안쓰런 모습을 보이더니 슬그머니 물타기로 선회했다. 이렇게 집행부가 상정한 조합원에 대한 안건은 부결되면서 나는 조합원의 자격과 권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젊은 후배들 앞에서 소명을 해야 하는 것 자체가 명예롭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말도 안 되는 기막힌 상황의 주인공이라는 것 자체가 싫었다. 일일이 설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에 내가 감수해 야 할 거짓 선동에 대한 방어 자체 싫었다. 그들은 명분 없는 사..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소명요청' 내용인 즉 "귀하의 징계(조합원 제명)가 의결되었습니다." 그보다 먼저 새벽에 전화가 왔었다. 잠에 빠져 받지 못했던 그 전화는 미리 소식을 전해 들은 한 후배의 걱정어린 안부 전화였음을 출근 채비 중 남겨진 문자를 보고 처음 인지 했다. 멍했다. 설..
8번째 촛불은 들었다. 이번에는 쏠로다. 아내의 감기 몸살로 아내와 아이들은 결석했다. 1차 촛불 부터 한번도 빠지지 않았던 우리 가족, 이번 하루 쉬어도 되겠지? 대신 가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굴곡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에게 정신 수양과 참회하는 현장으로 차가운 시맨트 바닥 만한 ..
이제 갓 쉰이 넘은 신입사원이 된 지 한 달 되어간다. 새로운 출장소장으로 발령 받은지 6개월 만에 또 발령이 났다. 예상치 못한 인사에 적자니 당황했었다. 어차피 계급장 때고 일선 창구로 나오게 되리라는 예측에서 6개월 앞당겨졌을 뿐이다. 모점에 내려오면서 비록 창구 업무는 잘 몰라도 선임이랍시고 시간이나 때우고 대접받기만을 바라는 그런 부류의 인간은 되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비록 큰 도움이 되지 못해도 동려들에게 함께 있음에 작은 의미로 남겨져야 하지 않겠나... 약 3주간 임시로 마련된 자리와 빈 창구를 전전하다가 이제서야 내 자리가 마련되었다.나이 쉰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 긴장되고 설레는 일임에 틀림 없다. 이렇게 시작한 창구 업무는 나날이 처음 접하는 것이라 새롭다. 오늘도 은행에 ..
항상 무언가를 시작했고 지금도 무언가는 진행중이다. 정리가 필요한것 같다. 흐트러진 퍼즐을 맞추듯 정리가 필요한것 같다. 올바른 것은 행하면 되고 여전히 그렇다면 시작을 후회하지 말것이며 가야할 길은 흐트러짐 없이 가면 되는 것이다. 이 어수선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정리하는 ..
영화 내부자들 오락 영화 지만 근래 접한 한국 영화 중 수작이라는 것이 내 짧은 영화 평론이다. 음모와 배신, 복수 등의 얽히고 설킨 스토리를 풀어 가면서 이 나라 권력과 그 지배 구조를 비교적 가깝게 짚어냈다. 천민자본주이가 만들어 낸 괴물들의 난장, 흔히 정경유착, 권언유착이라고 하지 않나.아등바등한 세상은 권력과 언론, 재벌이 만들어 놓은 피라미드 구조물 속에 갇혀있다.그 구조물 구석구석에 검사, 조폭... 신세계를 쫒는 사람들이 득질 거 린다. 탄탄한 연기력,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는 상영시간 3시간이라는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게 했다. 내부자가 되지 않고선 밝힐 수 없었던 진실은 끝내 밝혀졌고 복수는 성공했다. 영화니까? 영화에서 라도... 웃고 있는 가상의 세계에서 깨우듯, 영화의 끝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