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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글쓰기

죄송합니다

더더좋은날 2010. 10. 26. 20:47

 

오늘 또 한사람의 생명이 촛불을 끄고 말았다.

바로 어제까지도 그분의 건강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가 도와 주어야 할 일들을 논의 했었다.

그리고 하루 지난 오늘 비보를 접하니 허망하기 그지 없다.

 

하루종일 뒤숭숭한 마음이다.

 

사랑하는 가족,

꼭 지켜주고 싶었던 가장의 마음으로

어떻게 가족들 곁을 떠날수 있었으랴.

 

노동조합은 애도의 글을 올리고

그 글이 올라간 은행의 인트라넷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고 편안하다.

 

"재미있는 CRM소식지"

"지역본부별 카드 달인"

"퇴직연금 실적"

"중기대출 실적"

"IBK카드 슈퍼스타 실적"

"IBK주식통장이벤트 실적(마감3일전)"

"개인고객주요상품 실적 현황"

모두 남 일이다.

 

뭔 일 있었냐는 듯

실적, 실적, 실적으로 도배질이다.

직원은 죽었어도 실적은 살아있는가?

이게 사람 사는 직장인지?

적어도 조금의 인간적 연민이 남아있다면

오늘 만큼은, 오늘 만큼은............ 과한 욕심인가?

 

죄송하다.

지키지 못했다.

조합원을 지키지 못했고

그가 사랑했던 가족도 지키지 못했다.

이 염치없음을 어찌해야 하는가?

분노와 감정으로 해결할 수 없지만

때로는 분노의 표현으로 달래고 싶기도하다.

부숴버리고 싶은 심정

 

언제부터인가?

사람이 죽어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무덤덤함의 그림자가 지배한다.

어쩌면 이별의 슬픔보다. 차가워지는 감정이 애처롭고 비통한 일일지도 모른다.

따뜻했던 사람들은 다 어디갔는가?

인정많던 마음들은 다 어디 갔는가?

 

내가 만약

육체는 떠나고 영혼만 살았으때,

그 영혼의 눈으로 바라본 차가운 세상을 보며

얼마나 슬프고, 소름끼치는 전율을 느낄까?

 

마지막 가는 길 외롭지 말자고

작은 추모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높은신분 사망하면 본점에 웅장한 분향소가 설치되고

애도의 무결을 만든다.

아까운 목숨에도 계급이 있는가?

그래서 만든 것이 인터넷 분향소.

사이버 공간에서나마 전행적인 애도의 물결을 만드는 것.

임직원 1만명

함께 같은 지점에서 일하지는 않았어도

길은 멀리있어도 한가족 한식구였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길을 지켜줄지

조급하게 만들면서도 걱정스러웠다.

글쎄,  "남기지 않았어도 마음은 같겠지"라는

위안으로 글쎄에 대한 의문에 종지부를 찍는다.

 

여전히 숙제가 남았다.

오늘의 염치없음을

오늘의 죄송함을

씻을수 있는 건

내가, 그리고 우리고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아닐까?

 

사실 한두번도 아닌데

오늘은 몹시도

아프다.

슬프다.

 

정차장님 편히 쉬소서

지금 이 말씀 밖에 드릴 수 없음을 용소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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