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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분의 품격과 자격

더더좋은날 2010. 10. 29. 22:30

문과식비(文過飾非)

"허물도 꾸미고 잘못도 꾸민다는 뜻으로,

잘못이 있음에도 불구(不拘)하고 뉘우침도 없이 숨길 뿐 아니라 도리어

외면하고 잘난 체한다."는 고사성어다.

 

직원이 재직중 사망해 비통함과 서글픔이  휩쌓인

상가에서 있었던 일을 두고

은행장은 "정성훈본부장을 이겼다. 코를 납작하게 해 주었다"고 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내각 직접 듣지는 못했으나 만약 사실이라면

슬픈 코메디 한편이라고 해야 할까?

상가에서의 도의를 말씀하신분이 오히려

그 자리를 노동조합 간부와 싸움의 장으로 생각했었나 보다.

"이겼다"니

그 자리가 이기고 짐을 겨룰 자리였는가?

논쟁의 자리였는가?

피치못하게 논쟁이 되긴 했으나

너무도 많은 직원들이 있었기에 냉정함을 찾고 예우를 갖췄다.

적극적인 논쟁은 삼가했다

애통한 자리에서 밥 먹는것이 그리 중요한 일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황당하게도 '식사중 예의'를 그토록 주문하시기에  

그 주문도 정중히 인정하고 식사 마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상황에서 밥이 넘어가시는지?

식사하랴 변명하랴, 소원한 감정 말하랴 참으로 분주한 분이었다.

 

직원이 올해만도 다섯번째 재직중 죽음을 당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CEO에게 책임있는 대안을 청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다만 그 자리가 조문이라는 특수한 환경이었다.

그렇지만 직원이 죽음에 이르는 경영환경을 조성한 책임은 CEO에게 있다.

더불어 적절히 견제하지 못해 그 생명을 지키지 못한 책임도 노동조합에게 있다.

서로가 책임이 있기에 

미망인과 유가족의 슬픔을 목도하였기에,

또 다른 희생자가 없어야 하기에

그에 대한 대책을 청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행한 행동이다.

 

할 말이 없어서? 논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토를 달고 논쟁 할 가치가 없었다.

왜냐면, 그 자리는  

열심히 일한 직원들이 허망하게 돌아가시는 일이 더이상 없도록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 자리였지, 자신들의 입장을 논쟁할 자리는 아니었다.

더우기 모든 주장들이 당신이 당한 섭섭함에 대한것, 변명,

모두 본인 신상에 관한 것들이었다. 

돌아가신 슬픈 영혼과 유가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내용들...

부하직원이 사망해 모든 직원들이 애도 하는 상가에서 조차

자신의 서운함만 생각하는 은행장과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능 한 것이었다.

또한 그분의 억지와 같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할수도 있었겠으나

그렇게되면 당신께서는 아마도 직원들 앞에서 

참으로 난처한 입장이 되었을 것이다. 

일종의 예우다.

 

왕거일한야독작유회 (王去一寒夜獨酌有懷 )

 ‘왕거일이 추운 밤에 혼자 술을 마시고 회포에 잠기다.’라는 시에 나온 고사성어다.

즉  서민들의 고충을 진술해도 상대하지 않고 귀담아들어 주지 않는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말해 봐야 소용 없음이 느껴지는 순간 내가 어떤 행동을 선택해야 하는가?

밥상 이라도 뒤엎기를 바랬는지?

 

허, 참!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도무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1만명을 거느리는 CEOI께서 일개 노동조합 간부에게서 "이겼다?"

참 답답하고 서글픈 일이다.

 

감정이 많이 상했었나 보다.

그도 그렇겠지. 당연한 일일게다.

충분히 이해는 간다.

노동조합 간부의 직을 벗고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 온다면 

사람이니 백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리더는 다르다.

적어도 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리는 거대 조직의 리더라면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는 리더는,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일개 노동조합 간부도 공인으로서 자신을 절제해야 하는 책임이 있듯

하물며 은행장은 더욱 그렇다. 

나는 공적 위치에서 조직 간부로써, 조직의 대변인이기에

나의 임무에 충실했을 따름이다.

그러한 노조간부 혹여라도 개인에게 감정을 가진다면 

노사관계를 이끌어갈 자격을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 

 

정말 중요한 대목은 자업자득이라는 것이다.

남 탓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좋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무친 감정이 풀렸다면, 

그럼 이제 직원들을 위한 무언가를 기대해도 되는가? 

직원들의 뼈아픈 고충을 덜어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논쟁에서 져 줄 수도 있지 않은가?

 

경조부박(輕佻浮薄)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신중하지 못하고 가벼움."

이 말로 정리해야 겠다.

나 또한 절절히 새기고 항상 반성하고 각인해야 할 말이지만,

노든, 사든 새겨야 할 말이다.

정작 이 말을 아로새겨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자리가 높을 수록  각별히 새겨야 할 말이 아닌가?

요즘  TV인기 오락프로그램중 "남격(남자의 자격)"이 있더라

CEO의 품격과 자격은 'C격'?

리더십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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