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슬이랑 예한이랑
허수아비의 하루 본문
11시쯤 아내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직 사무실이냐는 질문에 피똥 싸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아침 부터 응가를 참아가면 일해야 할 만큼 정신이 없었던 하루를 보냈습니다.
밤 9시가 넘어서야 미루었던 응가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점심도 굶었다는 남편의 하소연에 아내는 몹시 걱정스러운가 봅니다.
오늘 아이들은 별일 없이 잘 지냈냐는 질문에
아내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딸 예슬이가 엄마 옆에서 자겠다는 주문에
아들 예한이가 흔쾌히 받아들이고 아빠 침대로 와서 자고 있다고 합니다.
이쁜 녀석, 언제부터인가 잘 놀아주지도 못하는 아빠에게 애정을 많이 표현 합니다.
마마보이 인 예한이가 오랜만에 큰 인심쓰고 아빠옆에 잔다는데
정작 아빠는 같이 잘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아내에 말했습니다.
빨리 일을 끝 낼수 있을 것이라는 아내의 응원에 전화를 끊고 부지런히 일에 매달렸습니다.
지금 시간 새벽 4시 30분 큰일 2가지는 이제 마무리 했지만
계획했던 한가지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어떻게 할까?
사무실에서 이만 눈을 붙여볼까?
아니면 아들 곁에서 잠시라도 같이 있어볼까?
고민해 봅니다.
오늘은 견디기 힘든 모함을 들어 기분이 편치 않았어요
노조 홈페이지에 누군가 허수아비 노조라고 욕을 했답니다.
허수아비는 맞는것 같습니다.
마려운 응가도 참아야 하는 분주함 속에 있는 동안
생리적 능력이 없는 허수아비이지요
익명으로 게시판을 운영하다 보니
이제는 조직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가고 있어 걱정 입니다.
당당히 조합원의 권리로 요구하고 비판하며 토론하는 것은 불가능 한것인지.....
그러나 이해는 갑니다.
현장이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그러나 노동조합 간부 활동을 한다는 것은 감추고 해야 할 일들도 많답니다.
지난주에는 꼬박 3일을 누구에게도 알릴수 없는 일을 처리 하느라
예정되어 있었던 분회순방도 나갈 수 없었습니다.
가끔 내게 묻습니다.
억울하니?
우수운 질문임을, 유치한 질문임을 금새 깨닫습니다.
MB시대에 공공기관의 노동자는 죄인입니다.
이것이 정말로 억울한 것이지요
그래도 갈 길은 가야겠습니다.
결정했습니다.
한시간을 있다 나오더라도
사랑하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사랑하는 예슬이의 얼굴을 보고
우리 쌍둥이의 기를 받아서 돌아와야 겠습니다.
아내의 애정과 응원도 말입니다.
어느새 아침이 어둠을 거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