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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잠행처럼 봄여행 시도하다.(2020.04) 본문

우리가족 이야기

조심조심, 잠행처럼 봄여행 시도하다.(2020.04)

더더좋은날 2020. 9. 7. 22:12

지구촌 누구나 그러했듯, 코로나19가 현대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릴지 예상하지 못했다.  국내 감염자가 발생하고부터 조심조심하며 살아야 했고 남들에게 민폐 되지 않기 위해  당국의 방역 지침을 따라야 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그러했듯이...

 

문제는 우리 아들이다. 자폐성 장애로 가끔씩 알 수 없는 설음에 빠지기는 하지만 순한 편이고 잘 놀고 잘 따르는 아이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짜증과 고집이 늘어갔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퇴행의 증상으로 받아들였다. 학교는 물론 이거니와 수영, 스케이트, 복지센터, 놀이치료 교실  등 아이가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이 막혀버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뿐이겠는가? 좋아하는 외식도 못하고 온통 집 안에만 있어야 하니 발달장애 아이의 퇴행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대책을 세운 것이 여행이었다.  대신 안전한 여행이 되도록 자체 수칙을 정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실내에 머무르지 않을 것, 그래서 그 좋아하는 고속도로 휴게소도 화장실만 이용하고 간식을 사서 차 안에서 먹거나 인적이 뜸한 야외에서 먹는 것으로 했다.  저녁은 아이들 좋아하는 치킨을 숙소로 배달해서 먹기로 했다. 이렇게 정한 여행은 강릉이다. 숙소도 사람들이 많은 리조트가 아니라 우리 가족만의 공간이 보장디고 타인과의 접접이 적은 펜션으로 정했다.  

 

답답할 때 동해바다 만한 여행지가 있겠나? 그동안 속초쪽으로 많이 다녔으니 이번에는 강릉으로 했다. 강릉 주변 펜션을 뒤지다가 찾아낸 장소가 경포대 인근 포뷰펜션이다. A501룸은 복층구조로 4 식구 모두 침대를 이용할 수 있는 구조의 전형적인 가족룸으로 우리 가족에게 아주 적합한 환경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스트레스가 심한 아들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개별 스파가 있는 펜션으로 정했다. 그동안 리조트로 여행을 다니면 항상 사우나 이용은 필수코스였다. 목욕탕 가는 것을 워낙 좋아해 평소에도 동네 사우나 이용을 곧잘 했었는데 코로나 이후 사우나는 언감생심 꿈 도꾸지 못하니 대신 스파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찾은 펜션이 포뷰펜션이다. 

 

펜션까지 가는 길은 최대한 해안도로로 드라이브 할수 있도록 티맵에서 미리 경로를 등록했다. 고속도로 양양 톨게이트로 나와서 화조대로 향했다. 화조대에서부터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시작해서 주문진을 거쳐 강릉 경포대에 이르는 아름다운  푸른 해변길로 차를 달렸다. 천천히 달리다가 마음이 동하는 장소를 만나면 차를 세우고 잠시 쉬어가는 드라이브 여행은 여행다운 여유로움과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지구가 생산을 줄여서 공기와 환경이 깨끗해졌다는 기사를 봤는데 이번 여행에서 확실히 그렇다는것을 느꼈다. 가는 곳마다 바닷물이 너무 맑은 것이 "우리나라 바다가 이렇게 곱나?" 싶었다. 동남아 옥빛 해변 부럽지 않은 천연의 색체가 무척이나 빛나고 투명했다. 거기다 인적 또한 뜸해서 여류로 움에서 오는 행복감은 오래간만에 여행을 통해 얻는 기쁨이었다. 특히 그동안 답답해했던 가족들의 얼굴에 드리운 행복한 표정은 이번 여행의 의미를 충분히 말해주고 있었다. 

 

바다를 뒤로 하고 목적지 포뷰펜션에 도착했다. 

한적한 도심 한켠에 자리 잡은 펜션은 홈페이지 사진과 다르지 않았다. 바다와 경포호를 양쪽으로 끼고 있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 조망이 아주 좋았다.. 우리는 5층 꼭대기 층이라서 바다와 호수 조망이 양쪽으로 보이는 복층 구조의 큰 방이었다. 몰론 펜션에 들어와서 환기부터 시키고 소독제로 식탁과 의자, 제트스파까지 닦았다. 우선 라면을 끓여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아들은 바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트스파에 들어갔다. 저녁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배달시켜서 먹었다. 배달해서 먹으니 준비하고 치울 필요 없어 여유로워 좋은 점이 있다.  이렇게 펜션에서 편히 쉬면서 주말 밤을 보냈다. 

 

 

아침에 좋아하는 제트스파 한번 더 하고 천천히 펜션을 나서 경포호로를 한 바퀴 돌았다. 벚꽃이 지고 있었다. 벚꽃이 한창일 때는 장관이었을 것 같은 아우라를 품고 있는 호수였다. 오는 길 언제 또 보나? 바다가 아쉬워 해변 도로를 지나며 한적한 해변에서 봄 동해바다 여행의 안녕을 고했다. 여름 고성 해변을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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