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슬이랑 예한이랑
노동조합 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 본문
위원장님!
눈물을 흘리셨습니까?
임금삭감에 합의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까?
현장에서 바람을 타고 전해오는 소식을 듣고 있자니
무언가 치밀어 오름을 참지못합니다.
한마디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습니다.
눈물을 정말 흘렸습니까?
저도 흘렸습니다.
가슴으로 울었습니다.
저는 임금을 삭감해서 슬픈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나의 임금은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 되어 버릴 줄
예상하고 있었기에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과정을 되 뇌이면 가슴에 한이 쌓입니다.
한스러울 만큼 비통한 이유는
노동조합이 생명처럼 지켜야 할 원칙과 정신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노조의 생명인 ‘자주성’이 무너졌습니다.
‘민주집중성’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대중성’이 사라졌습니다.
‘투쟁성’은 말로하면 되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과거 탄압의 굴레를 벗고 어렵고 힘겹게 하나씩 일구어온
조합원을 위한 노동조합이 무너져 내리는 현실을
똑똑히 보았기에 가슴으로 분노의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노동조합 위원장이 생명처럼 지켜야 할 ‘책임성’이
어느새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버린 무덤덤한 현실을 보고
차라리 웃어야 합니까?
노동조합 위원장이라는 자리가 개인의 사심과 집착의 산물이 되어버린
현실은 선한 사람들의 억장을 무너뜨립니다.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이 무책임한 현실에서
오로지 힘 약한 직원들만 책임지고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너무도 분노하고 비통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따뜻하게 안아 주는 이 없는 현실....
노동조합마저도 우리의 현실과 목소리를 대변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조합마저도 직원들에게 던져진 억압의 굴레를 그저 쳐다만 보며
수수방관하는 상황에서 어딘가에서 숨죽이며 쓴 소주 한잔에 허탈함을
타 마셔야 했던 현실이 애석해서 가슴으로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결코 꺼지지 않는 불씨가 있습니다.
바로 ‘양심’입니다.
그리고 리더라고 자부하는 분들이 가져야할 덕목이 있습니다.
바로 책임지는 모습입니다.
저는 무엇 때문에 위원장이 눈물을 흘려야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 눈물에 진심이 조금이라도 담겨있다면
이 두 가지를 생각하십시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가 그나마 덜 부끄럽습니다.
또 다시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말은 말아주십시오!
이정도 하면 됐지 않습니까?
- 노동조합 홈피에 남긴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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