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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이야기

생선 가시가 준 아픔

더더좋은날 2009. 8. 8. 00:49

참으로 힘겨운 에피소드를 겪었지 않은가...

지난 토요일 저녁 생선 가시가 예한이 목에 걸렸다.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방법, 밥 몇숟가락을 떠 먹여 보았지만

아프다고 소리를 치고 한판 소란이 났다.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를 급히 데리고 가까운 연세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렸다.

응급실에 가면 으례히 치르는 기초 진료와 엑스레이 촬영을 예한이를 달레고 달레서 마치고 나니 이비인후과 진료는 1시간을 기다리란다.

1시간 후 이비인후과 진료실에서는 있지 말아야 할 지금도 너무도 가슴이 아픈 일이 몇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가시를 빼내자고 의료기구를 들이대는 의사, 죽어도 싫다고 몸부림 치고 발버둥 치는 예한이, 아이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는 아빠, 아이의 혀바닥을 빼내려고 혀를 붙잡는 엄마 , 안타깝게 쌍둥이 동생을 달래는 예슬이 ..... 

 

처음부터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정상 아이도 무서울 텐데,  자폐를 앓는 아이를 억지로 하려 했으니....

복도에서 잠시 진정을 하러 나온 예한이를 쓰다듬으며

"아빠가 화내서 미안하다"고 말을 꺼내는데 그만 눈물이 흐른다.

불쌍한것 엄마, 아빠가 얼마나 야속했을까....

그리고 약물투여까지 해가며 몇번을 반복한 의료행위에 아이는

더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마침내 더 이상 아이를 힘들게 해서는 않되겠다는 판단

그 판단을 내리고 병원을 나오기 까지 너무도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억지로 해서는 않될일인데 아빠가 의료진을 믿고 너무 늦게 깨달은 게다.

예한이는 그 진료실에 있는 동안 마음의 상처를 너무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의사는 이렇게 가시면 않된다고 몇번을 말했지만

아이가 극성맞아서 가시를 제거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는

신출내기 의사를 더 이상 믿고 아이를 맡길수 없었다. 그제서야  "마취를 하고 빼

내자"는 그의 말을 듣고 말은 않했지만 내가 내린 판단은 설사 그렇게 한다 해도 이 병원에서는, 당신에게는 아이를 맡기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병원을 나섰다.

 

다시 방향을 서울대학 병원으로 향했다.   혹시라도 의사의 말대로 염증이라도 난 다면 아이는 더 고생을 할것 같아 이미 시간을 자정을 넘었지만 일단 서울대

응급실로 갔다.

서울대병원의 의사는 단번에 이상태로 아이를 진료 할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오히려 진료를 강행할 경우 아이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단다.

아이의 상태로 봐서는 오늘 내일중에 당장 염증의 생길 위험은 적고 가시가 쓸려 내려갈수도 있으니 월요일 어린이 전문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아도 낮겠다고 하면서 혹시나 모를 염증에 대비 간단한 처방을 내려주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얼마나 안심이 되는가.

이제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도 된다는 말에 살것 같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3시, 지쳐 골아 떨어진 아이를 바라보니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진작부터 서울대 병원을 갔으면 이런 생고생은

않시켜도 되는데 말이다.  아빠의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 아이에게 상처만 주었다.

 

다음날 아이는 이상이 없이 잘 놀고 잘 먹었다. 

전날 아이에게 힘들게 한것이 몹시 미안하여 하루종일 나가서 놀아주었지만

아이의 마음이 풀리기 까지는 한참의 노력과 시간이 걸렸다.

 

아이의 가시는 결국 저절로 내려갔다.

처음부터 그런 고생 않시켜도 되었는데, 그래도 마취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처음 간 병원만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민다.

똑같은 병이라도 환자의 상태와 처한 환경에 따라 치료의 방법도 달라야 한다.

아이가 치료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한  상황은 의사에게 미리 충문히

알려주었고 일단 시술해 보고 어려웠다면 지속가능한 상황인지는 빨리 판단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지 않은가?

의사가 상황을 미리 인지 하였다면 정성도 아닌 아이를 그리 다그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닌가?

 

예한아 아빠가 미안하다.

소리치는 아빠의 목소리에 놀라서 겁먹은 아들의 커다란 문망울이

지금도 눈앞에 선명하다.

제발 아프지 말아다오

네가 아프면 너도 힘들고 엄마 아빠도 마음이 너무 힘들구나

제발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다오

그리고 새벽까지 피곤하고 지루했을 텐대 불평한마디 없이

잘 견뎌준 사랑스런 딸 예슬이...

너무 대견하다.  우리 딸 많이 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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