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슬이랑 예한이랑
'솔봉이' 어리숙하지만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 주연된 날 본문
오늘 솔봉이 엄마들의 마음은 남다른가 보다. 일요일 저녁 번개를 소집하고 밤은 깊어가는데 여적 기쁜 마음들 나누고 있나 보다. 그렇다. 엄마라서 더 힘겹게 세상을 버텨왔지 않은가? 엄마이기에....
오늘은 우리 예한이로 인해 인연을 맺게 된 명동성당 장애아부 주일학교 '송봉이' 20주년이었다. "솔봉이"는 '어리숙하지만 착하고 순수한 사람'이라는 순수 우리말이라고 한다. 무심했던 나는 솔봉이 의미를 지금까지 알지 못했다. 그저 정겨운 우리말이겠거니 했었다. 20년 전 누가 이 이름을 제안했는지 모르지만 딱 우리 아이들 주일학교 이름으로는 그만이다. '어리숙하지만 착하고 순순한 사람' 그 아이들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4년여 전인듯 싶다. 우리 예한이가 세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여기 명동성당 솔봉이 왔었다. 그 인연으로 인해 평생 유물론자로 살아온 이 아빠까지도 세례를 받게 되었다. 우리 예쁜 딸 예슬이가 돈암동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나서 예한이에게 세례를 받게 해 줄 성당을 찾던 중 명동성당을 만나게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오늘 행사를 위해서 우리 선생님들 정말 고생 많이 하셨겠다. 눈에 선하게 보인다. 우리 아이들 돌 봐주는 것도 힘든 일인 것을 이 모든 것을 준비했으니 대단하고 고마운 일 아닌가? 염수환 추기경님을 비롯해 여러 신부님들께서 미사를 집전에 주셨고 명동성당 주일학교 친구들과 부모님들, 다른 성당의 장애부 주일학교에서 자리해 주셨다. 감사한 마음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 아이들은 항상 주인공일 수 없는 아이들이다. 조연이라도 이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끼어주기만 해도 고마운 일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 아니던가? 무엇을 해도 비장애 환경에 항상 얹혀가는 입장이기에 섭섭한 마음 달래며 긴 한숨으로 살아오지 않았던가? 교회도, 학교도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세상은 어디에서도 눈칫밥은 아이들과 우리 부모들에게 늘 먹는 주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오늘만큼은 우리 아이들이 주인공이었다.
추기경께서도 솔봉이를 위해서 미사를 집전하셨고 모든 아이들에게 일일이 축성하시고 영성체를 주셨다. 우리 아이들이 장하게도 독서를 하고 보편지향 기도까지 해냈다. 비록 어눌하고 어수선했으며 때로는 알아듣기도 어려웠지만 우리 아이들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의젖했다. 그 짧은 순간을 인내해 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하기에 어느 때 보다도 따뜻했던 미사였고, 우리 아이들 그리고 가족들을 탁 터놓고 맘 편하게 보듬어준 미사였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미사의 주인공이 었다는 것이다. 또한 축복의 주인공이었다. 다른 성당 장애부 친구들이 축하 연주를 했고 축하 시 낭송도 있었다. 너무도 깜찍했던 명동성당 주일학교 동생들의 축하공연까지 모두가 솔봉이를 위한것이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이 공연을 감상하는지, 이해는 하고 있는지 그로 인해 즐거워하는지 우리 부모들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 생각을 짐작할 수만 있어도 여한이 없겠다. 그렇게 연 이은 축하무대가 불안한 마음속에서도 고맙고 뿌듯했던 것이다. 비록 단 하루 중 몇 시간이라도 '부'가 아닌 '주'였던 순간이었기에 엄마도, 아빠도 미음이 좋았었다. 왜 그토록 감격스럽고 울컥했는지 그 순간에는 몰랐지만 저녁이 돼서야 서로의 마음들을, 마음을 전해 듣고서 알게 된 것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또 다시 얹혀가야 하는 사회 속에서 분주하게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깨달은 바, 아니 이미 깨닫고 있었지만 잊고 산다고 해야 맞겠다. 이 아이들을 위해 기죽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의연하게 들어내고 담담하게 부딪히고 포기하지 말고 이 아이들의 권리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편견에 맞서는 일은 우리 부모들의 몫이다. 때로는 당당하게 싸우고 때로는 간절하게 편견과 몰이해를 마주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어느 누구도 장애를 선택하지 않았다. 장애는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우리 아이들 만큼 선한 천사로 태어나 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단연코 없다. 우리 아이들은 살아있는 천사임에 틀림없다. '어리숙하지만 착하고 순수한 사람' 솔봉이, 솔봉이 스무살 생일을 축하한다. 그리고 늘 아이들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길이 되어주시는 솔봉이 선생님들을 고맙습니다. 님이 있어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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