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월동 준비
어느새 입동을 흘려보내고 11월 끝자락에 섰다. 수확의 계절 가을걷이를 마치고 가평 집 겨울 월동 준비도 끝냈다.
수확의 계절 가을 추수는 가평 우리집에도 있다. 3평 남짓 작은 텃밭이지만 주말 농장처럼 나름 부지런히 신경 써 가며 정성을 다했으니 이 또한 농사요 수확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겨울 오기 전 11월까지 우리 집 텃밭도 마감할 시기다.
10월 16일은 고구마 캐는 날이었다.
아침 부터 서둘러 양평으로 길을 잡았다. 오전에는 양평 고구마, 오후에는 가평 고구마다. 양평은 성북 장애인부모회에서 마련한 고구마 캐기 행사에 신청해서 가는 길이다. 오후 가평으로 넘어가 우리 집 텃밭 고구마 캐기로 이어갈 계획이다. 고구마 캐는 날로 이름 지어도 될 법하다. 나들이 차량 정체로 꾸역꾸역 남한강을 지나 양평으로 향했다. 길은 밀렸지만 남한강과 북한강으로 이어지는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도착한 양평 고구마 밭은 생각보다 넓었다. 회장님 인지, 부회장님인가 기억이 정확치 않지만 그분 소유의 개인 텃밭이라고 한다. 매년 발달장애인 가족들을 위해 한해 땀 흘려 농사지은 고구마 밭을 내놓으신단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시다. 우리 세 식구는 부지런히 고무마를 캐고 한 자루 얻어 가평으로 길을 잡았다.
우리집 텃밭이야 양평 고구마밭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은 텃밭이지만 한해 우리가 직접 지은 농사라는데 뿌듯한 의미가 있다. 초보 텃밭 농사라는 이유가 컸겠지만 식물들 발육이 워낙 늦어서 많이 걱정했는데 날이 더워지면서 생각보다 훌륭하게 잘 됐다. 막상 캐 보니 양평에서 가져온 것보다 양이 많다. 고구마가 생각보다 잘됐다. 다행이다.
고구마뿐만 아니라 이제 한해 텃밭은 마무리한다. 고추, 토마토, 가지, 파, 오이, 호박을 정리했다. 돌아보니 시작할 때 걱정보다 여름부터 텃밭 작물 수확이 그런대로 좋았다. 특히 방울토마토는 양과 맛 모두 만족한 재배였다.. 마지막 작물을 수확하고 밭을 정리했다. 그리고 올해 아쉬웠던 발육 상태를 개선시켜 보고자 토질 개선을 시작했다. 내 생각에는 발육이 늦은 이유가 흙의 영양상태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워낙에 돌이 많은지라 먹고 자랄 양분이 부족하다고 자체 결론지었다. 흙 반 돌 반 텃밭을 보슬보슬하게 만들 작정으로 인터넷에서 뜰채를 구했다. 결국 몸을 혹사시키는 또 하나의 일을 내고 만 것이다. 약 4주에 걸쳐 그 많은 돌을 골라냈는데 이 일이 장난이 아니다. 하면서도 내가 잘하는 짓인지 또 텃밭 망치는 일은 아닌가 걱정도 됐지만 기왕 시작한 일 끝내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텃밭 경계를 새로 만들까 했는데 이 일은 내년 봄 작업으로 남겨 둔다. 내년 봄도 바쁘겠다.
슬슬 날씨도 추워진다. 그래서 장작을 처음으로 구입했다. 장작 화로는 따로 없지만 구기 굽는 그릴을 화로로 썼다. 불을 피우니 캠핑 기분도 나고 무엇보다 한해 농사로 수확한 고구마도 구워 먹을 수 있어 좋다. 11월 한주를 남겨 놓고 곧 닥쳐올 겨울을 대비한 월동 준비는 이렇게 끝냈다.
월동 준비도 끝내고 찾아온 여유로운 시간 주변 나들이 시간으로 한주 채웠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나니 위드코로나 환경을 나름 안심하고 즐길 수 있어 좋다. 남이섬 배 타기 전 예한이 좋아하는 외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기로 하고 피자&파스타 맛집을 찾아보았다. 가평 쪽에는 닭갈비 집이 많지만 생각보다 양식은 별로 없다. 그중 이름 난 집을 찾았는데 가평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델씨엘로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알게 됐다. 이곳은 주말 예약이 안된다. 오픈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벌써 몇 팀이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맛집이다. 음식 값은 비싼 편이다. 특히 피자가 비싼 편이다. 하지만 비싼 만큼 내용물이 충실하다. 맛도 그만하면 매우 좋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남이섬 여행을 기분 좋게 마치고 가평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은 가을 남아있는 남이섬이다.
가평 겨울은 서울보다 약 7도정도 기온이 떨어진다. 마당 지하수도 얼까 봐 방한 준비를 꽁꽁 동여매고 마지막 작업으로 야외 식탁을 거실로 들여놓으면서 가평 집 월동준비는 끝났다. 다 후련하다. 아마도 12월을 지나 1월 초까지 가평은 휴식기간에 들어간다. 김장, 기일, 성당부터 각종 행사 등 주말마다 바쁜 일정 때문에 가평 집에 기거할 시간이 없다. 올 한 해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가평에서 잘 보냈다. 코로나19로 힘겨운 때 가평 집이 없었으면 우리 아들 맘 뉘 일대가 또 있었을까? 경제적으로 신체적으로 무리는 따랐지만 그것이면 됐지 않은가? 가평 한해 잘 보냈다. 내년 한 해도 우리 가족 평화를 지키는데 가평 집이 평화의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들 힘든 시기다. 특히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안 그래도 힘겨운 터널의 깊이가 매일매일 더 깊어진다.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보내면서 무탈하게 하루를 넘기면 그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하루살이 같은 생활의 연속이다. 내년에 또 피난처로써 역할을 기대해 본다. 어차피 내년이면 떠나야 할 인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