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이야기

10월 여행, 강아지똥 고향과 혜원이네

더더좋은날 2021. 10. 18. 23:22

  한글날 연휴를 시작하는 109일 토요일, 아침부터 분주하다.

작년 가을에 다녀왔던 안동-군위 여행의 어게인이다. 강아지똥 고향과 황금빛 벼들이 일렁이는 아름다운 시골마을 군위로 떠나는 가을여행 때문에 들떴다. 작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코로나 백신 접종과 항체 형성을 완료하고 출발하는 우리 가족의 위드코코나 여행이라는 것, 그래서 발걸음도 안전하고 가볍다.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이제 개인사와 알바에 바쁜 우리 딸이 빠진 가족 여행이라는 것 앞으로도 계속 그렇겠지만, 마지막 숙소가 경북 문경이 아니라 넘어서 충북 괴산이라는 것이 작년과는 다른 점들이다.

 

 

안동 권정생 선생님 생가

3일 연휴라서 고속도로는 차량 행렬로 장난 아니게 밀린다. 경기도 빠져나가는 데만 3시간 정도 걸렸으니, 아침 식사는 첫 번째 고속도로휴게소에서 라면으로 해결했다. 맛도 맛이지만 감해도 새로운 기분으로 맛깔나게 먹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 발생 전에는 여행 갈 때 곧잘 하던 코스인데 그동안 이걸 못했지 않은가? 휴게소에서 아침 라면 이게 얼마만인가? 뿌듯한 기분이다. 밀리는 길을 기어서 달려서 안동에 도착했다.. 먼저 권정생 선생님 생가로 향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내려오는 내내 하늘도 흐리고 비도 오락가락한다는 것. 어찌 되었든 우리 예한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강아지똥의 저자 권정생 선생님 생가는 이렇게 두 번째 방문이다. 평생을 소유 없이, 욕심 하나 없이 살아오신 분, 평생을 동심으로 살아오신 분답게 선생님 사셨던 집 또한 소박하기 그지없다. 이제 또 이 마을을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쉽게도 생가에는 짧게 머물고 일어선다.

 

 

 

안동 찜닭골목 

  차가 많이 밀리는 통에 배가 많이 고픈 상태로 안동찜닭골목으로 향했다. 사전 탐색한 정보에 따라 공영 주차장으로 갔는데, 이런! 주차장 입장을 기다리는 차들이 줄을 서 있다. 이렇게 기다리다간 괴산 도착 시간이 너무 늦어질 것 같다. 어쩌지? 일단 무작정 인근 골목으로 차를 돌려 진입했는데 캬! 때 마침 도로변 노상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차가 있을게 아닌가? 얼른 그 자리에 쏙~ 집어넣었다. 전화위복이란 이런 것! 주차한 곳이 찜닭골목 바로 입구다. 구 시장으로 들어서자 시장 일대가 다 안동찜닭 집이다. 넓지 않은 시장 골목의 특징은 그대로 지만 대체적으로 깨끗한 느낌이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밀레니엄찜닭'.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로는 골목에 즐비한 식당들 맛이 대부분 비슷하고 모두 맛있다는 평인데 우리는 그중 매운맛이 있다는 곳으로 정했다. 그곳이 밀레니엄 찜닭이다. 매운맛을 주문하려 했는데 주문받는 이모님이 많이 맵다고 겁을 잔뜩 주는 통에 신라면 수준이라는 보통 맛을 주문했다. 그러나 우리 입맛엔 전혀 맵지 않았다. 굳세게 불닭면 수준이라는 매운맛을 시킬 걸 살짝 후회했는데 그럼에도 맛은 최고다. 3 식구 야채 하나 남김없이 깨끗이 먹어치웠다. ! 이 맛 또 생각 날 것 같다. 안동찜닭 골목의 원조 안동찜닭을 평하자면, 우선 서울에서 먹었던 프랜차이즈 달달한 안동찜닭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슴슴한데 질리지 않는 맛! 계속 젓가락이 가고 들어가는 맛있지 않은가? 양도 적지 않다. 추천할 만한 원조의 기풍이 있다.

 

 

충복 괴산 리버 빌리지

  부지런히 두 시간을 달려 숙소인 괴산으로 향했다. 지난번 문경 펜션은 가격이 너무너무 착하지 않아 비싼 데다 우리 딸도 없는데 하루 밤 머물기는 아까운 금액이다. 그런 이유로 조건에 맞는 다른 펜션을 찾다 보니 충북 괴산까지 넘어갔다. 문경과는 40분 거리지만 안동에서 치면 두 시간 거리다. 다행히 하늘이 맑게 개어 차창을 내리고 초가을 풍경을 만끽하면서 달릴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괴산 리버 빌리지 펜션에 도착했다. Wow! 펜션 참 그림처럼 예쁘다. 사진과 똑같다. 펜션 뒤쪽으로는 시골 마을, 앞으로는 괴강이라는 강이 흐르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펜션과 괴강 사이는 오토캠핑장이다.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붙어있어 처음에는 펜션과 오토캠핑장을 같이 운영하는 줄 알았는데 완전히 다른 장소다. 신축한 것으로 보이는 아담한 유럽풍 독채 펜션 건물이 4 동인 것 같다. 잔디 관리 상태도 최상이고 새로 지은 집이라 내부 시설도 쾌적하다. 덤으로 전망도 좋다. 전문가는 어니지만 건축 자재도 고급스럽고 가전, 주방, 그릇 등도 브랜드 제품으로 구비했다. 개별 테라스와 개별화로까지, 물론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내가 지금까지 다닌 펜션과 비교해서 동급 시설 대비 가격은 매우 착한 편에 속한다. 사장님이 굉장히 친절하신데 이 정도 관리하시려면 힘드시지 않으냐고 물어보니 막상 해보니 많이 힘들다고 하신다. 우리는 Thames동에서 보냈는데 아래층은 원룸 형으로 아담한 스파 시설이 있고 거실과 스파실에서 테라스로 바로 나갈 수 있는 구조다. 2층은 우리 예한이가 좋아하는 다락방 식인데 침실로 아늑하다.

  오랜만에 우리 예한이는 스파를 즐긴다. 예한이는 이 스파시설을 자쿠지라고 부른다. 저녁은 개별 화로에서 참나무 장작불에 대리석을 올려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다. 문제는 구울 때 애매한 자세와 연기다. 일단 테라스 테이블과 의자를 옮겨서 상을 차렸다. 고기 굽고 화력 유지하는데 경험 없는 사람은 이거 쉽지는 않은데 고기 맛은 숯불이나, 불판과는 또 다른 맛이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캠프파이어 기분도 나고 분위기는 색다르다. 다만 바로 앞 캠핑장과 연결되어 있어 조금 시끄럽다는 것. 아니 우리도 캠핑 나온 기분이랄까? 쌍방의 프라이버시는 약간 내려놓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렇게 하루 밤을 보내고 아침에 주변 산책을 했다. 한 가족, 또는 한 팀 놀러 오기에 아주 좋은 장소라고 생각된다.

 

문경 맛집 파밀리아

  다음 목적지는 문경이다. 문경에서 점심을 먹고 군위로 내려가는 코스다. 문경에서 점심은 작년에 갔던 파밀리아로 정했다. 일주일 전에 예약을 완료했는데 도착 시간이 빨라서 주변 드라이브하고 아담한 도자기 박물관에서 시간 쫌 때우고 오픈 시간이 11시에 맞춰 들어갔다. 이른 시간이라 호젓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일 년 만에 다시 맛보는 파스타는 역시 잘 왔다는 생각. 파스타 애호가는 아니지만 내가 먹어 본 파스타 중에 제일 맛있었던 기분이다. 아내도 내 감탄에 동의했다. 여기 문경 파밀리아도 언제 다시 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아쉽다.

 

 

경북 군위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 (혜원이네 집)

  일기 예보에는 일요일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해가 짱짱하다. 문경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달려 군위에 도착했다. 가는 길 노랗게 익은 벼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풍경이 예술이다. 이번에 예한 이 가 혜원이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작년에는 안 들어간다고 고집 피웠는데 올해는 기특하게 작년 고집은 털어버렸다. 그리고 벼 밭이라고 부르는 광활한 논으로 나아가 황금빛 향연을 보고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아쉽고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돌아가는 길로 방향을 잡았다. 서울에 다가 갈수록 길은 밀리고 비방을 거세진다. 12일 동안 서울에서 안동- 괴산 - 문경 - 군위 다시 서울로 790Km의 멀고 긴 여행이지만 시간은 짧았다. 800Km를 여행하기는 12일은 아무래도 짧지.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이번 블로그는 글을 쓰다 보니 굉장히 길어졌다. 아마도 그만한 의미를 나 스스로 부여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여행은 우리 가족에게with 코로나 여행이라 할 만하다. 먼 길 짜증 안 내고 즐겁게 놀아 준 예한이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