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이야기

내 보물들과 오대산

더더좋은날 2016. 1. 31. 20:36

  2년? 3년만의 가족여행을 다녀온지 2주가 넘었다. 인사발령으로 마음 바쁘게 보내는 동안 여행 후기는 밀리고 밀려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어 엄마아빠 따라서 여행 다니기도 꺼릴 나이에 접어들었다.  물론 예한이는 방학 생활이 무료했는지 연신 개학을 노래하고 있어 어디든 떠나는 것은 즐거운 일 이리라. 여행이라고 해봐야 1박 2일, 짧디 짧은 1박2일 이었지만 알찬 시간이었다.


  지난  2,3년간 안밖으로 여러가지 분주한 시간을 보냈지 않은가?  선거, 오랜시간 병상에 고생하신 장모님, 아버지 폐암 전이까지..... 상시 비상대기와 바쁜 시간의 연속이었으니 서울을 떠 날수가 없었다.  기막힌 선거 패배 곧이어 장모님 임종 모두 순식간이었다. 공허하고 허전한 마음 잠시라도 쉬고 싶었다. 나도, 아내도 도시를 잠시라도 떠나고 싶었다.


 아침 일찍 출발을 서둘렀것만 예한이 요즘 시작한 고집이 발동했다.  "예한이는 안가요" 녀석을 달래고 달래서 출발이 늦었지만 다행이 길이 밀리지 않아 오대산 국립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지역 음식인 산채정식으로 점심을 했다. 하필 골라 들어간 집에 조기가 나오질 않아 예한이는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마음이 걸렸다. 이 불만이 결국 예한이 두번째 고집으로 이어졌다. 출발지인 상원사하여 도착해 등산을 시작해야 하는데 "예한이는 안가요" 하며 차에서 안 내리겠다고 버틴다. 또 한번 사탕발림이 시작되어, "올라가는 길 휴게소를 두번 들리겠다"고 꼬셔서 등산을 시작할수 있었다.


  겨울 가뭄이 심하다고 하더니만 눈 많다던 강원도 오대산에도 눈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산은 산인지라 올라 갈수록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보였다. 고집 피우던 예한이도 신이 난 모양이다. 연신 눈 밭에 그림을 그리며 오르막 길을 뛰어 다닌다. 앞으로 힘겨운 고생 길을 예상하지 못한채.....




상원사를 지나 중대사에 다다르면 거기부터 적멸보궁까지 계단이다. 여기서 부터 본격적으로 헉헉 숨이 차오른다.

아~

올라가는 계단이 장난이 아니다. 특이한 것은 계단 중간중간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찬불가다. 오로지 "나미아미타불"만을 가사로한 노래가 연신 흘러 나온다. 근데 이 노래가  엄청 중독성이 있다. 힘겹게 계단을 오르면서 잔잔히 듣는 그 묘한 음악의 중독, 그렇게 오르고 오르다보니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조금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나미아불타불~~~ 계단이 끝나면 적멸보궁이다. 여기서 부터는 아이젠을 착용해야 했다. 가뭄이라지만 산 중턱에 오르니 완전한 겨울 산 그 자체였다. 예전 같으면 그렇게 잘 뛰던 예한이도 힘든 기색이 역력하고 예슬이도 백운대를 거뜬히 오를 때와는 판이하게 "힘들어 죽겠다"고 한다. 그래도 기특하지, 잘 올라간다. 한발한발



비로봉 정상에 다가 갈 수록 확연히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바로봉 정상 약 400M 앞, 가장 힘들다는 구간을 돌파하고 우리 가족 정상을 밟았다.




 하산 길은 다리가 풀렸는지 아내와 아이들이 좀 힘들어하는 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미끄럽기에 또 구식 아이젠이라 복숭아뼈와 발바닥을 적잖이 고통스러워 했다. 배도 고프고 날은 점점 추워 가고.... 그래도 만세 부르며 무사히 하산 했다.





배가 고픈 지라 삼겹살 집을 찾아 직행 했다. 특히 예한이는 점심이 부실했던 지라 마음 급하게 미리 점 찍어둔 삼겹살 집으로...

헐 네비게이션이 도착을 알렸으때 식당은 불이 꺼져있었다. 혹시 망한건가? 문을 닫은 건지... 인터넷으로 다음 장소를 찾았지만 거기도 안되고 결국 10Km를 달려 갔다. 고생끝에 낙이라던가? 도착한 삼겹살집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사장님 인심이 후덕하시고 고기도 반찬도 맛이 좋다. 특히 된장찌게는 아주 일품이다. 다음에 또 오고 싶은 식당이기에 고생한 것이 억울하지 않았다. 아 근데 어딘지를 모르겠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렉싱턴플로라 호텔에 도착했다.

싼게 비지떡이란 말이 생각나게 하는 호텔쯤으로...단  직원들은 참 친절하다는 것. 왜 깍쟁이 친절 느낌 말고 인심 좋게 친절한 느낌 이랄까? 호텔에서 아침 조식하고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는데 너무 추워서 딱 한시간 하고 사우나탕으로 직행 거기서 몸을 녹이고 나왔다. 수영장 수질은 낮았고 사우나 수질은 꽤 우수한 편인듯 하다. 


  자 다음 목적지는 점심 ! 메뉴는 자장면 집, 미리 검색해 이바닥에선 유명하다는 진부면 중국집 동해루로 차를 몰았다. 이런 도착해 보니 일요일은 쉰단다. 다시 인터넷 검색해서 가까운 곳으로 이동 했지만 이번에는 간판만 보이고 식당이 없다. 이런 망했나 보다. 다시 가까운 중국집을 검색해 이번에는 전화를 직접 해보고 찾아갔다. 이름하여 황금성 고생끝에 낙인가? 음 푸짐한 양, 맛도 좋고 아주 배 터지게 만족했다.




  다음 목적지 겨울바다를 보러 출발했다. 예슬이도 보고 싶어하고 아이들도 해변이 탁 틔인 동해바다는 처음이다.  경포대로 방향을 잡았다.  40분 남짓하여 도착한 바다. 전날에 비해 날씨가 풀리고 바람도 없어서 해변을 걷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돌아가는 길 더 밀리기 전에 출발을 서둘러야 했다. 예슬이와 아내는 1박2일간 주인없이 집을 지킨 구찌가 보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이 지친 몸을 차안에서 뉘인동안 이런저런 생각과 대화하며 집으로 가는 운전대를  놓지 않았다. 눈을 감고 편히 자는 듯한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어깨는 무거워 진다. 가장이란  그렇다.

1박 2일 짧지만 여행다운 여행이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