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이야기

이제 대중교통 외출은 삼가해야 겠다.

더더좋은날 2015. 1. 17. 16:31

 

입술 터지고 혓바닥 갈라지고 지난시간은 피곤했던 만큼 아이들에게 소흘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쌍둥이들 초등학생으로서 마지막 겨울 방학이지만 번듯한 여행 한번 가지 못했구나 

하루 휴가 내기로 하고 콘도 예약도 했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급 취소하고 아이들에게 실망만 안겨 주었다.

그래서 이번주 휴일만큼은 나도 좀 쉴겸 일들일랑 다 접고 아이들과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울 아들 기분이 협조가 되지 않은 주말이다. 

금요일 밤부터 불안한 기색을 보이더니만 주말 대중교통을 이용한 가족 외출은 포기하고 돌아 오고 말았다.

무엇때문에 심기가 불쾌한지나 속시원이 알기나 하면 좀 낫겠다. 

무엇이 수틀린 것인지 아침밥도 굶고 시작 한 짜증은 마을 버스에서 한차례, 결국 지하철 역에서 터지고 말았다.

플렛폼 의자에 앉아 꼼짝 않고 울기와 멈추기를 반복하는 아들 엄마아빠 ,누나가 보이지 않으면 계단위로 올라 올 줄 알고

자리를 피했지만 오산이었다. 오늘 따라 더 고집이다.

어쩔수 없이 플랫폼을 뺑돌아 내려가 예한이가 앉아 있는 자리 저만치 떨어진 기둥 뒤에 숨어서 아이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지는 않겠지만 혼자 열차라도 타면 어쩌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반응도 걱정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혼자 그러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한번씩 처다 본다.

말을 걸까말까 망서리고 주변에 일행은 없는지 둘러보기도 한다. 그러나 대게 주춤하다가 그냥 가버린다.

딱 한사람,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한분이 예한이게 말을 걸었다.

이내 주위를 둘러보다가 내 눈과 마주쳤고 내가 그냥 가시라고 손짓을 해 드렸더니 알아듣고 가던 길을 갔다.

한참을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아들은 벌떡 일어어나더니 '갈꺼야!' 라고 외치길래 나는 얼른 아이에게 달려갔다.

아빠는 아이를 얼르고 달래고 아이는 덩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이런 낯선 장면이 연출되다 보니 

좁은 지하철 플랫폼 주변 사람들의 모든 시선은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급기야 할머니 한분께서 예한이를 달래시겠다고 사탕을 주시며 거들기 시작하셨다.

난감한 상황에서 나는 '우리 아이가 자폐라서 그렇다' 고 이해를 구해야 했다. 

어떤 아이는 궁금했는지 구지 가까이 와서 구경을 하고 간다. 

할머니께서는 내 등을 토닥이며 위로하시며 돌아 가신다.

울지 않기로 약속하는 대신 기어이 지하철을 탓다. 금새 기분이 좋아졌는지 특이한 소리로 웃는다.

곧이어 이상한 행동 하지 말라는 엄마의 제지가 섭했는지 조용한 지하철 안에서도 또 울음보가 터졌다. 

집중되는 시선들, 우리는 어쩔수 없이 두 정거장만에 내려서 집으로 회군했다.

이제는 외출 할 때 대중교통은 어렵겠다는 결론이다.

이렇게 집으로 돌아와 라면 끓여서 먹이고 지금은 잘 놀고 있다.

이제 덩치도 커셔서 힘으로 제압도 안되니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안내리겠다고 버티거나

차를 안타겠다고 버티면 그것만큼 난감할 때가 없다.

아이가 순해서 남에게 해를 입힐 염려는 없지만 버스를 타야 할 때 꼭 앉아야 할 자리가 정해져 있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차례차례 같은 예절을 가르쳐도 잘 되지 않으니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도 있다.

이것이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늘어가는 걱정인가 보다.

등뒤에 "우리 아이는 자폐입니다"라고 이름표를 달수도 없지만

설사 그렇게 한들 이해 안하는 사람들에게는 별 효용이 없는 것이다.

결국 토요일은 이렇게 흘러갔다.

조금만 더 우리 아이에게 지혜를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정상아이로 되는 기적 같은 것은 이시당초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지금 보다 조금 만 더 대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

지금보다 조금만 더 이해심과 인내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마음 뿐이다.

 

가족이 처한 현실을 담담하게 다시 느껴는 소중한 주말인가?

그래 나는 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