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이야기

예한이 첫 수영대회 출전

더더좋은날 2014. 10. 10. 22:30

영화 마라톤의 주인공은 발달장애 청년 초원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폐를 앓고 있는 청년이다.

이 영화의 첫번째 장면은 수영장에서 초원이(조승우)의 황당한 행동이다.

영화속의 초원이 처럼 우리 예한이도 수영을 배웠다. 아마도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기회만 된다면 수영을 가르치고 싶을 꺼다. 그렇지만 비용이 비쌀뿐더러 장애를 이해하고 가르쳐줄 전문 강사도 그리 많지도 않다.개인 강습은 꿈 꾸기 어렵다.

그래서 지역의 성북장애인복지센터에 신청하고 포기하다 시피 대기 하다가 올해 봄부터 차례가 돌아와 시작 했다.

우리 아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수영장에 가면 수영모자도 안쓰려고 하는 아이인데 물안경은 쓰려고나 할까?

음파음파~ 물속에서 호흡은 정상적으로 할수 있을까? 독한 소독약으로 가득찬 수영장물만 배터지게 먹고 오는건 아닐까?

소근육이 약한 아이가 발장구는 칠수 있겠나?

다행이도 예한이는  수영을 너무 좋아 한다.

아니 물놀이를 좋아 한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이런 걱정반 기대반으로 시작한 수영 강습이다.

수영을 시작한지 몇달이 지나서 복지센터 선생님께서 발달장애  수영대회 참가하자고 해서 사실 뜨악 했다.

괜히 애만 고생시키는건 아닌지? 그래도 새로운 경험 인데 함 가 볼까?

그렇게 참가를 결정했던 대회가 10월 9일 한글날 열렸다.

명색이 대회인데 격식은 갖추는 것이 당연하기는 하지만 발달장애 아이들의 상태를 안다면

간소화 하는 것이 운영의 묘가 아닐까 했다.  하지만 항상 격식이 우선인듯 해 아쉽다. 

코사지를 가슴에 달고 계신 수많은 인사들의 축사를 다 들어야 한다. 

 

 

 

 

암튼 식전 행사는 끝나고 예한이는 순서가 올때 까지 체육관에서 놀았다.

어디든 올라가는 것을 좋아 하는 예한이에게 딱 맞는 체육시설이 있어 다행이다.

이런 놀이감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안그랬으면 지루하고 짜증 나 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열심히 놀아서 경기전 힘 다 빼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 되었다.

 

 

 

 

 

19번째 경기 드뎌 예한이 순서다.

총 7명이 레이스 섰다.

킥보드를 잡고 25M를 가는 것이다.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완주를 하는 것이 1차 목표다.

환경 변화에 상당히 민감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평소 즐기던 장소와 다른 수영장에서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응원소리는 오히려 아이들의 행동을 움추리게 하거나 놀라게 해서 행동을 포기하게 할 수도 있다.. 

몰속에 들어가 보지도 못할수도 있는 상황이 항상 상존한다. 

다행이 예한이 오늘 컨디션은 상당히 좋다.

그래서 인지 수영장에서도 기분은 업된 상태였다.

드뎌 출발선에 섰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눈 깜짝할 사이 몰속으로 입수 하더니 자세를 잡았다.

예한이가 불안한 표정으로 잠깐 뒤를 돌아보길래 깜짝 놀랐다. 포기하나? 그러나 다시 앞을 보고 수영을 시작하는 것이다.

예한이는 발장구를 쉬지 않고 치면서 쭉쭉 앞으로 뻣어 나갔다.

얼마나 신기하던지

우리 아들이 언제 저렇게 배웠는지 단 한순간도 눈을 땔 수 없었다.

기특하다. 많이 의젓해 진게다.

수경 쓰고 잠수나 하면서 물장난만 하다고 오는줄 알았는데,

그동안 가르쳐준 우람 선생님에게도 고맙다.

우리 아이들도 훈련 할 수 있는 환경만 주어지면 완벽 하지는 않아도,

아니 정상인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더라도 더디고 엉성하지만 해 낼수 있다.

 

 

 

 

 

 

 

 

 

잠깐동안의 레이스에서 예한이는 7명중에 4등을 했다.

순위가 무엇이 중요하겠나? 해냈으면 된게다.

그것도 씩씩하고 즐겁게 해냈다.

그게 정말 이쁜 이유다.

돌아오는 길에 럭셔리한 중국집에서 비싼 탕수육 먹이고 집으로 돌아 왔다.

 

이렇게 즐거워 하는데,  신체 건강에도 상당히 긍적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수영도 내년 3월 이면 끝난다.

영화 마라톤의 초원이 처럼 개인 강습이라도 시키려면 경제적으로 감당 할 수가 없다.

자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바람이 있다면 국공립이나 자치단체, 나아가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수영장에서  

발달장애 아이들 수영강습을 할수 있도록 배려 하고 지원해 주는 것이다.

몇년을 기다리다고 겨우 1년이 전부다.

너무도 열악한 장애인 복지 헤쳐나가야 할 길이 너무 멀고 험하다.

이토록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하는데

사는게 분주하고 내 생각은 더 바쁘다.

 

수영을 하면서 너무도 즐거워 하는 예한이

이 천사를 위해서 세상이 좀더 따뜻해 졌으면 좋겠다.

예한아! 최고다!

너무 잘했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