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이야기

금관의 예수

더더좋은날 2014. 4. 13. 17:39

 

예수그리스도는 한번도 축구시합을 구경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과 함께 그분을 모시고 축구장을 찾았다.

개신교 카우보이팀과 가톨릭 십자군팀이 맹렬한 접전을 벌였다.

십자군팀이 먼저 한골을 넣었다. 예수께서는 목청껏 환성을 지르며 모자를 공중으로 높이 집어던졌다.

그 다음에는 카우보이팀이 득점을 했다. 그러자 예수는 또 다시 목청껏 환성을 지르며 모자를 공중으로 집어던졌다.

 

우리 뒤에 앉아있던 사람이 그런 예수님의 모습이 당혹스러웠던지 예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이 봐요, 마음씨 고우 아저씨, 당신을 대체 어느편을 응원하는 겁니까? "

" 나 말이요?" 예수는 흥분한 얼굴로 뒤 돌아 보았다.

" 아 난 양쪽 어느 곶도 응원하지 않소, 그냥 시합을 즐길 뿐이오."

그러자 그사람이 옆 사람을 돌아보며 비정거렸다.

 " 흥, 무신론자군"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세계의 종교상황을 간략하게 말씀드렸다.

"주님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정말 웃깁답니다. 하느님은 늘 자기편에서 계시고 다른 사람들과는 적대관계에 있다고 생각하니 말 입니다."

예수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종교를 후원 하지 않고 민중을 후원하는 것도 그때문이라네. 종교 보다 사람이 더 중요해. 안식일 보다 더 중요한게 민중이거든"

 

"주님 말씀을 조심하셔야겠어요."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신경을 쓰며 말했다.

" 주님도 아시다 시피 언젠가 그런 말을 했다가 십자가에 달리셨잖습니까?"

"그래, 그것도 종교인들 손에 그랬지."

예수께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드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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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신자 교리 수업 중 수녀님께서 소개해 주신 말씀인데 너무도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더구나 새벽까지 만들었던 우리가족 부활절 달결의 주제와 딱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여서 더 와다았던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새벽 한시까지 투덜거리며 만들었던 과정이 뿌듯하다는 느낌?

 

명동성당 어린이들에게 부활절 달걀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솔봉이 친구들에게도 프로젝트는 주어졌다. 

총  30개, 15쌍의 달걀에 부활절 의미를 입히는 작업이다.

사실 발달장애 아이들이 부활절 의미를 꺼내어 작품을 구상하고 직접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이다.

결국 부모들에게 숙제처럼 남겨질 것이기에 꼭 이런 작업에까지 참여 해야 하는지...

이런 이벤트성 행사가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을 가진면서 하는수 없이 시작했다.  

여러 아이디어를 꺼내며 고민 하던 중 김민기 작품인 '금관의 예수'가 떠 올랐고 "주님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라는 주제로 부활절 달걀을 만들었다.

 

교리 수업중에 있는 예비 신자인 내가 뭘 알겠냐만은...

생전 예수님께서 사랑하시고 함께하셨던 사람들은 힘 없고 가난한 민중이 아니던가?

그러한 예수님의 머리에서 가시면류관을 벗겨내고 빛나는 금관을 씌운 자들은 누구던가?

화려하게 치장된 교회 내에 그분을 옭아매고 만족스런 미소를 흘리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렇게 보면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것 없는 듯 한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곁에서 예수님의 길을 가고 있는 사제들에게 종북 딱지를 붙이고 돌을 던지는 신자와 그들을 배척하는 교회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한 인식을 하게해 주었기에 새벽 한시까지 투덜거리며 작업을 했지만 의미있었다.

아마도 부활의 진정한 의미를 의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우리 솔봉이 천사들과 함께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