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이야기

예슬이네 가족휴양 코타키나발루 마지막

더더좋은날 2013. 11. 3. 19:11

 

마지막 날 짜증 내지 않고 잘 놀던 우리 예한이 결국은 아침 레스토랑에서 울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라사리아에는 두개의 레스토랑에서 조식이 가능하다. 첫날은 COFFEE TERRACE에서 먹고 다음날은  오션윙 전용인 coast Restaurant에서 먹었다. 오션윙 투숙객 전용 레스토랑인 coast Restaurant 은 따뜻한 음식은 주문해서 먹고 찬음식은 뷔페로 직접 가져다 먹으면 된다. 문제는 바로 주문 때문이었다. 주문을 하다보니 예한이가 좋아하는 베이컨은 요리해서 나올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것.  그동안 뷔페로 먹었던  페턴이 틀려지다 보니 예한이의 짜증이 터져버렸다. 럭셔리한 식당에서 우리 아들 울고... 자폐아이들 이렇게 고집 부리면 좀처럼 안정시키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대량 남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방장 아저씨가 베이컨을 많이 구워서주는 바람에 우리 아들 울음 멈추고 식사를 할수 있었다. 일단 잘 넘어 갔다. 다행이다. 그래도 우리 예한이 이정도면 아주 잘 했다.

 

이 좋은 Coast Restaurant에서 울다니....

 

 

 

 

전날 수영하고 나서 베란다의 대형 자쿠지에 물 받아서 놀게 해 주었더니 예한이는 여기에 필히 팍! 꽂치고 말았다. 자폐 아이들이 흔히 보이는 현상인 안정적으로 확보된 작은 영역에 대한 관심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하여간 마지막 날은 예한이는 자쿠지에서 놀고 엄마는 베란다 대형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예슬이와 아빠는 오셩윙 전용 수영장에서 각자 입맛에 맞는 휴양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나 오후 서너시 쯤 되어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온다고 수영 못하나? 예슬이와 아빠는 비올 때 수영도 재미있다며 마지막 수영을 즐기다가 비가 그치지 않고 점점 거세지자 방으로 후퇴 했다. 

이것으로 수영장과는 아듀!  남은 시간은 예슬이도 자쿠지 에서...

 

 

 

우리 예한이는 지치지도 않고 저녁 먹고 또 자쿠지로 향하고... 그래 원 없이 놀아라! 밤에는 모기향 펴 주고 지칠때 까지 놀게해 주었다.

 

 

 

 

 

 

우리가족 여유있는 휴식

 

 

 

 

 

 

 

이제 출발할 시간!

밤 10시 쯤 체크아웃하고 대기중인 택시를 타고 라사리아 리조트와 이별했다. 예슬이는 리조트에서 받은 선물 고릴라 인형 가방에 챙기고 .... 즐거웠던 휴양지를 떠났다. 스콜성인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낮 부터 내린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린다. 미리 예약해둔  택시를 타고 약 1시간을 빗길을 달려 공항으로 가는데 스산하고 한적한 빗 길을 달리다 보니 게다가 우리나라와는 방향이 반대라서 묘한 불안감이 들었다.

 

 

 

공항에 도착! 항공권 발권을 위해 줄을 서는데 왠 5,60대쯤 보이는 아저씨가 술에 잔득 취해서 젊은 아가씨에게 반말 찍찍 해대며 주접을 떨고 있었다. 정말 한대 때려주고 십도록 꼴불견 작렬하시다가 "어 이거 아시아나 아니야?"  하더니 급하게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내참 저런 미친~

 

발권도 마치고 짐도 붙였는데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다.  수속하고 들어가 봐야 앉아 있을 자리도 없을 것 같아 맥도널드에서 남은 링깃으로 예한이는 치킨너겟, 예슬이는 아이스크림 사주고 최대한 시간 때운 후 수속하고 들어갔다. 역시 앉을 자리는 없고 어떤 분은 긴 의자 점령하고 누워 주무시고 그 옆 두자리가 남아 예슬이 예한이 앉았다. 9시 넘으면 자야 하는 우리 예한이가 걱정이었는데 짜증도 내지 않고 누나하고 잘 놀았다. 잘노는 예한이, 잘 놀아주는 예슬이 너무 예쁜 내 아이들 이번 여행을 통해 아이들이 부쩍 의젓해 졌음을 느끼게된다. 혹시 앉아 있을 자리 있나? 돌아 다녀 보는데 아까 주접 작렬했던 그 아저씨 복도 바닥에 가방 베고 대짜로 널부러져 자고 있다. 하여간 해외 나가면 이런 인간들 꼭 보게된다. 시끄럽다고 중국 관광객들 욕할게 아니다. 그냥 저렇게 디비자다가 비행기 놓쳐버려라....  

 

돌아 오는 비행기는 이스타 항공사 측에서 우리 예한이의 사정을 잘 봐주셔서 앞줄 세번째 라인을 블럭 설정을 해주셨다.  새벽 1시 넘어 출발하는 비행이지만 항공사의 배려로 예한이도 예슬이도 편하게 푹 잘 자고 그덕에 엄마아빠도 편하게 돌아올수 있었다.

 

나름 골치 아픈 일들도 있었지만 일단 뒤로 하고 아이들과 함께 떠났던 여행은  행복했다.

노조 3년 평일 집에서 먹은 저녁이 얼마나 될까? 의례 노조 사무실에서 저녁을 먹어야 했다.

그만큼 소흘할 수 밖에 없었던 아빠며, 남편이었다. 복귀전 이렇게 라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수 있어서 감사하다.

여행 초반에 스마트폰이 박살나는 불상사도 있었지만 완전히 잊고 떠나있으라는 신의 개시? 로 알고 푹 쉬고왔다. 모든 것을 혼자 준비했던 여행이지만 그래서 완벽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 가족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행운도 따랐던 여행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예한이가 너무 의젓해 졌음을 깨닫는 여행. 특히 동생을 잘 돌바주었던 예슬이의 넉넉한 마음에 영어 통역까지... 이쁜 내 딸 잘 크고있음을 느낀 그래서 아이들과 아내에게 고마움을 더 느끼게 해준 여행이다.

 

세월이 지나서 아이들이 이 블로그의 사진을 뒤적이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아니한가?  이렇게 느즈막하게 가족 여행 후기를 정리하다 보니..... 또 떠나고 싶다.  여행은 아름다워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