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이야기

로코 정예한

더더좋은날 2012. 10. 22. 21:59

드뎌 예한이가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로코다.

로코! 예한에게 딱어울리는 어감이다. 거기다 딱 어울리는 의미까지....

 

 

 

 

 

명동성당길을 나선것은 지나 겨울때 부터다.

굿이 돈암동 성당이 있는데 명동성당으로 다닌 이유는 솔봉이가 있기때문이다.

장애 아이들을 위한 명동성당 주일학교가 솔봉이다.

예한이 같은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교리공부에서 세례까지 받을수 있도록 주최하는 교회는 주변에

명동성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인자하시고 천사같은 자원봉사 선생님들 덕분에 예한이를 마음 편하게

보낼수 있었고 세례와 첫 영성체의 소중한 기회를 얻을수 있었다.

물론 아이들 엄마인 아내가 고생이 많았고, 엄마 의견을 존중해 주는 예슬도 기특했다.

무엇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잘 견디어준 예한이에게  대견하고 감사하다.

 

 

 

 

이렇게 해서 예한이와 우리 가족이 의지 할 곳이 하나 더 생겼다.

 

세상은 참으로 무섭고 차가운 곳이다.

그래도 따뜻한 공동체가 살아있는 곳에 의지 할  있다는 것이 한결 마음이 놓인다.

나는 유물론자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종교 없이 살아왔다.

그러나 내가 죽으면 우리 예한이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영혼이 아니던가?

조금씩 마음이 바뀌고 있다.

이제 우리가족 중에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은 그리고 유물론자는 아빠 혼자 뿐이다.

이를 눈치채신 것인지....

오늘 수녀님께서 거절할 수 없도록 세차게 몰아 붙이셨고

나는 그만 내년 봄에는 하겠노라고 새끼 손가락을 걸고 말았다.

어차피 하려고 했던 길 12월 큰 일 끝내고 하자고 마음 먹어본다.

 

 

고마운 분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해 아쉽다.

특히 대부를 해주신 선생님. 성함도 모르고.....정말 송구한 일이다.

어서 만두 가게 서울로 옮기셔서 자주 뵙기를 바란다.

막걸리라도 한잔 대접해야지.

 

오늘도 느끼지만

예한이가 딱 지금에서 멈췄으면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한다.

아직은 작아서 엄마가 힘으로라도 제어할수 있지만 덩치가 더 커지면 이마져도 힘들어 진다.

아빠가 해야 하고 아빠라고 모두 제어할수 있겠나....

아직은 작고 귀여워서 혹시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애교로 봐주고 이해하여 주지만

덩치가 더 커지면 이해 이기전에 혐오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요즘들어 고집은 어찌나 강해졌는지 .....

그래서 이런 생각은 나뿐만이 아닌 동일한 입장에 놓인 부모라면 같은 생각을 몇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허탈하게 웃게된다. 어차피 불가능한 일 아니던가?

 

 

이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가 점점 더 커가는 것을 바라보며 아빠의 책임감이 더 커진다.

무엇을 해야할지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책임을 더 늘려야 한다.

하지만 왜 이렇게 바쁘냐?

그나마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사회가 복지, 평등, 공동체적인 이상이기에

자기 자신에게 위로하고 아내도 이해해줘서 덜 미안한 염치없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이 글을 쓰는 이 시간 일요일도 지나서 어느새 월요일 새벽 1시가 넘었다.

이크,  또 예한이가  사고를 쳤나보다. 예한이가 그만 침대에 쉬를 했다.

옷 갈아 입혔는데 젖은 이불을 달라고 또 강짜를 부린다.

울음보가 터졌다.  저렇게 터진 울음보는 보통 한시간을 가는데...

한말 또 하고 한말 또하고

예한이 재우려면 나도 이만 작업을 멈춰야 겠다. 일단 임시 저장.........

 

 

 

 

 

이제 월요일 밤이되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출근 후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이제 후속전을 치르기 위해 사무실에 남아 야근 중이다.

머리도 식힐 겸 위로도 받을 겸 블로그에 들어와 못다쓴 이야기를 이어간다.

 

오늘 소위 맨붕를 겪으며 정말 많이 힘들었다.

내가 뭘 자랑 할수는 없고 능력이 일취월장하지도 않지만 신념과 책임감 하나로 노동조합 해왔다.

우리 아들 고집 피우고 아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 이 짓거리도 그만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그 두가지가를 약속이라 여기고 살아왔다.

그러나 오늘 완전한 쓰레기가 되어버렸다.

사실 오늘 사람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이 너무 크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아 보아야 하지 않나.

내가, 우리가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내가 살아온 모든 것이 부정되고 끝이 나고 만다.

그것은 나를 믿어준 가족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잘 이겨내자. 잘 이겨내서 돌아가리라.

 

예한이 세례받는 날 내 곁에 아내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래 고생했다. 여보야! 얼마나 힘들었니?

장애 아이를 낳았다는 마음의 부담감과 이 아이의 성장을 위해 당신이 흘린 눈물이 얼마나 많으냐?

남편이라고 노조활동에 시간을 쏟는 동안 혼자 감당해야할 부담은 더 깊고 컸으리라.  

미안하다.

지금 나도 울고 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눌물이 난다.

꼭 지금 이 일을 잘 마무리하고 내가 아이에게 책임을 더 가질 자리로 돌아가리다.

이 아이들을 위한 일로 신념과 책임감을 가지리라

조금만 이해 하고 견뎌 다오!

사랑한다! 장경희!

 

하늘에 계신 아버지 

정예한 로코, 정예슬 클라라를 보살펴 주소서!

부디 보살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