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시작하는 아이들의 봄을 기다리는 아빠가
이제 곧 조급하게 봄을 기다리게 하는 3월입니다.
또 한번의 변화 새로운 시작들이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쌍둥이 예슬, 예한이 에게도 3월은 특별합니다. 아이들이 아직은 봄방학을 즐기고 있다지만 이제 곧 개학을 하고 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선생님과 새로운 친구들과 새 학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거지요.
모든 학부모들이 똑 같은 걱정을 합니다.
저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3월이 빨리 오기를 바라지만
개학을 하고 새 학기를 시작해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쌍둥이 예슬, 예한이는 4학년이 되면서 처음으로 헤어집니다.
어린이집에서부터 줄곧 함께 보내왔습니다.
쌍둥이에게 새로운 변화입니다.
그동안 예슬이는 동생 예한이의 꼬마 엄마였습니다.
예슬이가 있어서 어느 정도 걱정을 덜 수 있었습니다.
예한이와 짝꿍이 되어줄 아이가 없으면 예슬이가 짝이 되어주었습니다.
예한이는 2분 먼저 태어난 누나의 말 이라면 엄마아빠 말 보다 잘 듣습니다.
친구들을 워낙 좋아해서 가끔은 동생에게 신경 쓰지 않을 때도 많지만
그래도 예슬이가 있어 아내와 나는 큰 의지가 되었습니다.
자폐를 앓고 있는 아이, 아이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특별한 동생을
창피 해 할 수도 있겠지만 단 한 번도 그런 기색 없는 아주 쿨 한 누나였습니다.
예한이도 말은 않지만 누나와 함께 있는 교실이 얼마나 든든했을까요?
그러나 이제 예한이와 예슬이는 다른 교실에서 새 학기를 맞이합니다.
그래도 이런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어린 예슬이도 자신의 인생이 있으니까요?
이 아이에게 가족이기 때문에 짊어져야 하는 짐이 있어야 한다면
너무도 슬픈 일입니다.
예한이도 언젠가는 홀로 서야 합니다. 이제는 그런 연습을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나 봅니다. 때로는 속상하고 때로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더 많이 생기겠지요. 어쩌면 연습과 훈련은 엄마, 아빠에게 더 필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무섭고 야속하기는 아들과 부모가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한이가 또 한가지 선물을 주었습니다.
부쩍 밝아지고 수다가 많아진 아이, 먹는 음식의 종류가 많아져 엄마아빠를 흐믓하게 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혼자서 아파트 놀이터에 나가서 놀다가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카드키로 현관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계단을 통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우리에게 너무도 큰 선물입니다. 조금 있으면 학교도 혼자 다녀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희망해봅니다. 문제는 엄마, 아빠의 약한 마음일지 모릅니다.
안전장치가 없는 험악한 세상이 두렵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은 여전히 곧 끝나게 될 방학을 즐기고 있습니다.
개학이 걱정되기는 해도 봄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두꺼운 외투를 벗고 골목길 피어난 개나리와 철죽을 벗 삼아 봄볕 따스한 봄 길을 재잘거리며 걷는 아이들의 환한 얼굴을 상상해 봅니다.
아빠의 존재가 미약했던 겨울방학과 봄 방학이 못내 아쉬운 만큼 봄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동네 놀이터에서라도 새 생명을 만끽하는 휴일을 보내고 싶습니다. 꽃 보다 아름다고 여린 아이들의 새로운 시작이 봄볕처럼 따스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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