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없는 아이들
갈곳없는 아이들 “우리 보금자리도 지켜주세요” | |
발달장애학생 위한 부천 큰나무학교 등 3곳 ‘비인가’ 탓 대체부지 확보 힘들어…대책 호소 | |
[현장] ‘보금자리 지구 지정’에 대안학교 배움터 문닫을 위기
“고등학교 아니고 큰나무학교 갈 거야.” 경기 광명시에 사는 박상일(16)군은 올해 초 배정받은 인근 고등학교 대신 경기 부천시의 큰나무학교를 택했다. 발달장애 1급인 박군은 초·중학교 때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 학교에 다니면서, 방과후 교실로 발달장애 대안학교인 큰나무학교를 다녔다. 박군은 아침 8시30분까지 가도 되는 학교를 아침 6시30분부터 간다고 할 정도로 큰나무학교 생활이 즐거웠다고 한다. 큰나무학교는 한국 최초의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비인가 대안학교로, 2층짜리 건물에서 현재 33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큰나무학교가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10월21일 학교가 있는 부천시 소사구 옥길동 일대가 2차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2006년 광명시에 세워진 큰나무학교가 지난해 10월 지금의 자리로 옮겨온 것도 재개발이 원인이었다. 광명에서 세입자 처지였던 큰나무학교 식구들은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다시는 쫓겨나지 말자”며 돈을 모아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다. 그런데 준공 허가를 받기도 전에 이번엔 보금자리지구 지정 소식을 들었다. 학교 쪽은 국민권익위원회와 부천시 등에 민원을 넣었으나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대답뿐이었다. 비인가학교인 탓에 대체부지를 최우선으로 확보해주는 대책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박군의 어머니 이연숙(45)씨는 “큰나무학교가 우리 아이에게 가장 최선이기에 대안이 없다”며 “그대로 유지시켜주든가 아니면 똑같은 환경을 달라고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군과 이씨에게 큰나무학교는 꿈이자 미래다. 이씨는 박군이 36개월 때부터 특수교육을 시작했고,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리는 게 의미가 있다며 통합교육도 시켰다. 그러나 잠깐씩 받는 특수교육은 제각각이었고 입시 위주의 공교육 현장에서 박군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다른 발달장애 아동 학부모, 특수교사들과 함께 대안학교를 만들었다. 특수교육뿐 아니라 직업 재활, 그룹홈 등 성인이 되어서도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고, 지역 주민들과 어울리는 공동체가 목표였다. 문연상(45) 교사는 “국토해양부는 건물 하나를 없애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과 삶을 모두 빼앗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가 헐리면 보상비를 받겠지만 지금 정도의 여건을 갖춘 학교를 세우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박군은 6일 학교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섰다. 큰나무학교처럼 보금자리지구에 편입된 대안학교인 볍씨학교, 산어린이학교의 학부모, 교사, 학생들과 함께 이날 오전 11시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학습권이 비인가학교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은 부당합니다. 교육부는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느리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지만 박군은 성명서를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로운 택지를 조성할 때 의무교육 대상자 숫자에 비례해 학교 용지를 확보하도록 돼 있다”며 “대안학교 같은 특수학교도 합리적 범위 안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경 기자, 김현대 선임기자 salma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