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는 없지만 기도합니다!
일어 날 수 없다!
그 만큼 절박한 심정이다.
아무도 없는 선대본 사무실에 앉아
어제 밤을 세웠기에 오늘은 들어가 봐야하지만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적어도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있지만 수단과 방법은 가렸다.
싸움의 법칙이 반칙은 아니지 않는가?
왜?
노동조합이란 집단이 가장 도덕적이어야 하는데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줄을 서는가?
분노가 내 안에 자리잡고
증오의 빛이 내 눈을 뜨겁게 태우고 있다.
인간을 미워하지 말라고 했지만
모두 처해진 조건과 환경이 인간의 본성을
그순간 새롭게 규정짖는다지만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족석들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도 선관위원장과 일부 위원들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도대체 그 죄값을 어떻게 값으려는지
사측의 압력을 직원 개인 한사람이 이겨내기란 쉽지 않겠지만
양심을 팔아 먹어서는 않되지 않는가?
적어도 내 상식으로는 그렇다.
이제 자정을 넘겼으니 4일 남았다.
남은기간 사측이 또 어떤 개입을 할지
지금으로선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반드시 자력으로 고지에 올라야 한다.
왜냐면 나는 그렇다 치고, 우리도 그렇다 치자
우리를 돕고 있는 사람들은 어쩌나
앞길이 한창인 사람들 사람이 좋아서
함께해준 그들이 상처받아서는 않되는 일이지 않은가
나이 마흔 넘어서 참 힘든길을 선택했다.
후회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힘겨움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나이 마흔이 넘어 투사의 길을 걸을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내게 투사가 되라 재촉하고 있는것 같다.
거울속에 비친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며
참 나도 많이 늙었음을 오늘 더 느끼며
늙은 노동자의 노래가 생각나는 새벽이다.
그래도 부끄럽지 않은 길을 걸어왔지 않은가
종교에 의지하지는 않지만
꼭 이럴때는 염치없게도 의지하고 싶고 도움을 받고 싶다.
엄마도, 장모님도, 누나, 형 가족들이
걱정하는 만큼 나를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마음은 벌써 어르신들의 기도에 의지하고 있다.
아내의 기도에 의지하고 있다.
아마도 형보다 먼저 떠난 동생도 하늘나라에서
형을 돕고 있을것이라 믿는다.
꼭 해 내고 싶다.
이제는 살기 위해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이유가 어찌되었건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런 나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염치없이 기도하고 싶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명동성당이라도 들려서 갈 볼까?
이기고 싶습니다.
아니 꼭 이겨야 합니다.
저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우리에게 승리를 주소서
그 자비로움은 결코 헛되이 쓰지 않겠나이다.
남편의 가는길에 항상 힘과 용기를 주는
아내에게 꼭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소서
오로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승리를 구걸하는 자에게
패배의 쓰라림 속에 속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소서....
아이들이 보고싶다.
또 하나의 나 예슬이, 예한이
어서 이 비상식적인 싸움을 끝내고
편안하게 하루정도는 편안하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그야말로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나님 아버지 성모어머님
저에게 지혜를 주소서
용기를 주소서
우리에게 상식이 이긴다는 진리를 보여주게 하소서...